
ENA 월화드라마
2024.11.04-2024.12.10(12부작)
기획: KT스튜디오지니
제작: 스튜디오S
연출: *박선호/극본: 이정신
(*대표작 '푸른 바다의 전설' '사내맞선')
미술: 허차리/음악: 박세준
출연: 김세정, 이종원, 신도현, 백성철
촬영기간: 2024.05-
발단부를 잘 쓰는 건 쉽다. 해야 할 이야기도 아이디어도 많은데 앞에 던져놓은 게 없으니 제약도 없으니까. 가장 술술 풀리는 부분이 바로 발단부다.
그렇기 때문에 발단부가 지나면 퀄리티가 급격히 떨어지는 이야기들이 많다. 꼭 드라마뿐만 아니라, 모든 픽션이 다 그렇다. 이 드라마도 그런 느낌이다.
12부작이면 사실 4화까지 보면 발단부를 넘어서 이제 막 본격적인 전개가 시작되는 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살짝 아쉬운 부분이 드러나긴 했지만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그러나 극이 딱 절반이 전개된 시점에서, 확실히 이 드라마는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힘이 약하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캐릭터의 초반 설정은 참신했고, 꽤나 잘 표현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시점에서도 용주와 민주의 러브라인이나 감정선은 꽤 볼 맛이 난다.
문제는 그 외의 것들이다. 일단 주인공을 둘러싼 사건들이 다 얼렁뚱땅이다. 사건의 발생부터 해결까지, 필연적이지 않다. 그냥 대충 '이런 사건이 들어가서 어떻게 저떻게 이야기가 흘러가면 좋겠는데'하고 집어넣은 느낌이다.
또 서브커플이라고 할 수 있는 아름과 찬휘가 메인커플인 용주 민주와 따로 논다. 메인커플과 서브커플이 다른 매력을 보여줘야 하는 건 맞지만, 어쨌든 하나의 드라마 안에서 메인커플과 서브커플이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두 커플이 또 잘 엮여서 이야기가 진행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다.
그래도 본질은 로맨스코미디니까, 메인커플이 보는 맛이 있으면 그런대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이 드라마는 메인커플을 보는 맛이 있고, 그래서 엉성하다는 느낌을 받으면서도 계속 보게 된다.
하지만 아쉬운 건, 남녀를 바꾼 듯한 캐릭터 조형이나 그로 인한 역클리셰를 앞에서 잘 깔아 놓고 이제 와 정석 클리셰대로 가는 부분이다.
자신은 물론 타인의 감정까지 예민한 민주가 먼저 감정을 자각하는 건 자연스럽지만, 예민하고 소심해서 남자답지 못하다는 말을 계속 들어온 민주가 갑자기 그렇게 직진하는 게... 캐릭터 설정이 망가진 것처럼 느껴졌다.
엠패스 설정을 이용해 용주 또한 자신을 좋아한다는 걸 용주보다도 먼저 알아차리고, 그래서 직진하는 거라면 '그나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딱히 그런 묘사는 나오지 않았다.
또 용주와 민주의 과거 서사가 앞으로 흐름의 핵심일 것 같은데, 그렇다기엔 앞에서 놀라울 정도로 과거 서사에 대해 깔아준 게 없다. 가볍게 언급하고 지나간 게 끝이다. 그래서 더더욱 사건 구성이 치밀하지 못하고 전개상 필요한 부분마다 급급하게 끼워넣은 느낌이 난다.
그래도 워낙 잘 먹히는 클리셰를 떠먹여 주기에 보면서 즐겁긴 한데, 아는 맛이라 맛있을 뿐 딱 그뿐이다. 전반적인 톤이나 주연 케미는 좋은데, 여러모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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