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영화, 소설, 웹툰, 웹소설, 게임시나리오 등 스토리 창작에 적용되는 작법 이론은 큰 틀에서 유사합니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분명 장르적 특성에 따른 차이가 생깁니다. 제가 작성하는 글은 '한국 드라마 작법'을 기준으로 하고 있으니, 이 점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모든 내용은 제가 직접 작성한 것입니다. 다만 저도 다양한 작법 이론서와 작법 교육을 참고하여 작성한 것이기 떄문에 다른 출처와 유사한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오픈된 공간에 공개한 이상 공유를 막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내용을 그대로 가져가서 본인이 작성한 것처럼 공개 및 공유하지만 말아주세요.
대본이란?
드라마에서 대본은 설계도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감독은 대본을 보고 연출을 구상하고, 스탭들은 대본을 보고 필요한 장소 및 소품 등을 구하고, 배우들은 대본을 보고 캐릭터를 연구합니다.
대본은 여러 개의 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문과 대사를 통해 필요한 내용을 서술합니다. 일반적으로 드라마는 한 편당 60~70분 정도 분량인데요. 대본으로 치면 35장 내외입니다. 즉, 대본 1장에 2분 정도라고 할 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드라마를 쓸 때에는 한 씬의 분량을 조절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씬 하나가 대본 2장, 3장씩 된다면 실제로는 5분 정도 분량이 되기 때문에 실제로 보면 늘어지고 지루합니다. 대본은 영상으로 결과물이 나온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드라마를 써야 합니다.
또한 대사보다 지문이 많은 경우, 씬이 많은 경우에는 대본 장수가 자연스럽게 늘어나야 합니다. 긴 지문은 막상 영상으로 만들었을 때는 생각보다 짧게 지나가는 경우가 많고, 씬이 많은 경우 줄갈이를 많이 해서 분량이 늘어나게 되죠. 이를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35장에 맞추면 분량이 넘쳐서 잘라내야 하거나, 분량이 모자라서 연출이 늘어지고 급히 씬을 추가해야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와 같은 분량 조절은 많이 써보면서 감을 잡는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우선 35장 내외로 분량을 맞춘다고 생각하고 많이 써보는 것이 좋습니다.
드라마 대본의 기본 요소: 지문과 대사
앞서 드라마 대본은 지문과 대사를 통해 서술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지문과 대사는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지문이란?
먼저 지문이란 인물이 있는 공간이나 현재 상황, 인물의 행동 등을 묘사합니다. 소설로 치자면 서술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소설적 서술과 대본에서의 지문은 표현 방식이 다릅니다.
일반적인 소설의 경우, 다음과 같이 서술합니다.
이른 아침이었다. A는 커튼 사이로 비치는 아침 햇살에 스르르 눈을 떴다.
같은 내용을 대본 지문으로 바꾸어 보면, 다음과 같이 서술합니다.
이른 아침.
커튼 사이로 비치는 햇살, A 얼굴 위로 드리우면
A, 스르르 눈을 뜬다.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소설에서의 서술은 독자를 고려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표현에 신경 쓰고, 그 자체로도 문학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죠.
반면 지문은 감독과 배우를 비롯한 촬영 스탭을 고려합니다. 시청자들은 지문을 보지 않습니다. 그 지문을 보고 감독과 배우가 표현한 결과물을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문은 간결하고 직관적으로 서술해야 합니다. 보는 사람이 무엇을 서술하고자 했는지 명확하게 알아차릴 수 있게, 술술 읽힐 수 있게 서술해야 합니다.
소설을 쓰듯 줄글 형식으로 써도 되지만, 한 컷 한 컷 촬영 구도를 고려하여 줄을 나누어 주면 더욱 좋습니다.
대사란?
그렇다면 대사는 어떨까요?
대사는 인물이 직접 발화하거나, 마음 속으로 하는 말을 적어놓은 것입니다. 소설로 치자면 따옴표로 표기되는 부분이죠.
대본에서 대사는 따옴표가 아니라,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표기됩니다.
A 야!!!
B ?? (보면)
A 니가 그랬지!
B (뻔뻔)내가 뭘?
A 니가 내 뒷담까고 댕겼담서. 다 들었어야?!
B 허! 어디서 이상한 소릴 듣구 와서
애먼 데 지랄이야, 지랄이? 아니거든??
여기서 또 소설에서의 대사와 대본에서의 대사가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일단 형식부터 차이가 납니다. 대본에서 대사는 말하는 사람이 누군지를 분명하게 표기해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누가 어떤 대사를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기 때문이죠.
대본에서는 "??" "!!!" "......"와 같은 표현도 대사에 많이 씁니다. 또 많은 작가들이 말줄임표의 점 갯수로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를 표현하기도 합니다. 여기에 소지문을 더해 어떤 감정, 어떤 느낌으로 대사를 발화해야 하는지 설명하는 건데요. 여기서 소지문은 무엇을까요?
대본에서 괄호 안에 들어있는 부분을 소지문이라고 하며, 필요한 경우 대사와 함께 서술됩니다. 보통 인물이 대사를 하면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어떤 감정으로 대사를 해야 하는지 알려주기 위해 넣습니다. 하지만 소지문을 너무 남용할 경우 연출과 연기에서 제한이 많이 생기기 때문에, 꼭 필요한 부분에만 소지문을 넣는 것이 좋습니다.
더불어 대사는 구어체를 쓰기 때문에 말투나 사투리 등을 표현하기 위해 표준어에 어긋난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씬(Scene)과 시퀀스(Sequance)의 차이
씬이란?
앞에서 대본은 여러 개의 씬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씬이란 '장면'이라는 뜻으로, 한 씬에는 단일한 공간적/시간적 배경 안에서 일어나는 말과 행동이 담깁니다. 즉, 공간이 바뀌거나 시간이 바뀌면 씬 또한 바뀝니다.
일반적으로 드라마 한 편당 55~75씬 정도가 포함되는데요. 전개가 급박하거나 중간중간 짧은 컷씬이 많은 경우 등에는 씬의 개수가 늘어나게 되고, 반대로 호흡이 길거나 진중한 씬이 많은 경우 등에는 씬의 개수가 줄어들게 됩니다.
씬의 개수에 정답은 없지만 씬이 너무 적을 경우 전체적으로 루즈한 느낌이 들며, 씬이 너무 많을 경우 시청자가 정신 없다고 느낄 수 있으므로 적절한 씬 개수를 맞추는 게 중요합니다.
시퀀스란?
한편 하나의 에피소드를 다루는 여러 개의 씬을 묶어 '시퀀스'라고 하는데요.
예를 들어 'A가 중요한 단서를 발견하여 도주 중이던 살인범 B를 검거했다'라는 내용의 시퀀스가 있다면,
1) A가 여기저기 단서를 찾느라 분주한 씬
2) B의 도주 생활을 보여주는 씬
3) A가 결정적인 단서를 발견하는 씬
4) B의 도피처에 A가 들이닥치는 씬
5) A가 B를 검거하는 씬
이런 식으로 여러 개의 씬이 해당 시퀀스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실제로는 더 많은 씬이 포함되겠지만, 이해를 위해 간단하게 표현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드라마 한 편당 4개의 완전한 시퀀스가 포함되고, 앞뒤로 전편 혹은 후편과 이어지는 시퀀스가 붙습니다.
드라마의 경우 장편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시청자가 다음화를 보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엔딩씬이 중요한데요. 그러기 위해서는 시퀀스를 완전히 마무리 짓고 끝내는 것보다 중간에 끊고 궁금증을 유발하는 것이 낫겠죠.
전편에서 이어지는 시퀀스
시퀀스1
시퀀스2
시퀀스3
시퀀스4
시퀀스5 초반 일부
그래서 보통 이런 식으로 한 편의 드라마가 구성됩니다. 앞뒤로 프롤로그나 에필로그가 붙기도 합니다.
대본을 이끌어나가는 힘: 인물의 말과 행동
드라마 대본에서 이 모든 요소들은 인물의 말과 행동을 통해 결합되고 전개됩니다. 즉, 대본을 시각화하고 이끌어나가는 것은 인물의 말과 행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 대본은 대사와 지문을 통해 인물의 말과 행동을 지시합니다. 드라마에서 인물은 대본을 통해 캐릭터성을 갖고 입체적으로 살아나게 되는 셈이죠.
'드라마는 대사빨'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잘 쓰인 대사는 배우의 입을 통해, 감독의 연출을 통해 더욱 생생하게 살아나고 시청자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죠. 그리고 그 배우의 연기와 감독의 연출에 참고가 되는 부분이 바로 지문입니다.
지문과 대사. 드라마 대본의 기본 요소를 계속해서 연구하고 또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작법이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드라마 속 사건의 필수요소 10가지 (0) | 2024.11.25 |
---|---|
사건을 구상할 때 고려해야 하는 것들 (0) | 2024.11.19 |
드라마 속 인물들은 누구인가 (0) | 2024.11.13 |
플롯은 단순한 스토리가 아니다 (1) | 2024.11.11 |
드라마란 무엇인가? (0) | 2024.11.07 |